■병원 밥은 맛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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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포스팅에서 환자의 입장에서 왜 병원밥이 맛이 없는지 알아보았다. 이번에는 환자의 영역이 아닌 병원 영역에서 병원밥의 맛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무엇인지 포스팅해보겠다.
■병원은 자선사업 단체가 아니다.
작은 동네 병원부터 큰 대학 병원까지 우리는 다친 몸을 회복하기 위해 적합한 병원을 찾아간다. 하지만 입원이 필요할 경우 입원비용이 들것이고 식비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병원 식비는 병원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보편적으로 5,000원~10,000원 사이에서 측정된다. 여기서 약 50% 정도는 건강보험공단에서 지급이 되며 나머지는 환자가 내게 된다. 그럼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만약 병원 식비가 5,000원이라면 과연 병원에선 이 중 얼마를 남길까?
분명 식사비를 모두 쓰는 곳은 거의 없을 것이다. 식비에서 20~50%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병원의 수익으로 남긴다. 아니, 그 밑으로도 단가를 내릴 수도 있다. 병원마다 이윤을 남기는 기준이 다르다. 식사의 질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식자재비를 늘리면 그만큼 이윤은 적어질 수 있지만 식사의 질은 오른다. 하지만 식자재비를 최소한으로 잡으면 병원의 이윤은 늘어나지만 식사의 질은 줄어든다. 왜 병원은 이윤을 위해 식비를 까지 손을 댈까?
답은 간단하다. 나라에서 운영하는 병원은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개인이 운영하는 병원은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자 회사다. 무료로 봉사하는 병원은 없다. 환자를 치료하는 곳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돈을 벌기 위해 병원을 차린 것이다. 그러니 최대한 이윤을 남기기 위해 이렇게 운영되는 것이다.
아마 이 글을 보는 당신은 “어떻게 환자가 내는 밥값에서도 수익을 창출하려고 하냐? 정말 이기적이다.”라고 생각하며 단정 짓기에는 사실 좀 아쉬운 부분이 있다. 병원에서 꼭 환자가 입원을 하고 비싼 수술을 받는다고 그게 모두 병원의 수익으로 남는 것이 아니다. 어떤 진료냐에 따라 수익이 높은 진료파트가 있지만 진료를 볼수록 손해를 보는 진료파트도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소아 관련인데, 출산율이 낮아지고 그만큼 병원을 찾는 소아들도 줄고 있다 보니 소아과를 유지하는 병원이 전과 비해 줄어들고 있는 추세지만, 엄연히 병원은 환자를 치료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함부로 진료파트를 없앨 수도 없으므로 이런 사항을 위해 기타 다른 부분에서 얻은 수익으로 메우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 수익 중 하나가 어찌 보면 식비로 남는 이윤인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식단의 최소 품질을 유지하는 선에서는 식단가가 유지되어야 하지만 만약 그 이하로 가게 된다면 아마 병원식사의 질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어 맛에서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병원은 음식점이 아니다.
분명 환자식에 신경을 많이 쓰는 병원도 많다. 하지만 병원은 엄연히 아픈 환자를 치료하는 곳이지, 현대인들의 식생활과 식욕을 책임지는 곳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일반적인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고급 음식점보다 서비스가 떨어지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오븐기기나 대형 회전솥도 없는 주방을 가진 병원이 훨씬 많을 것이다. 오랜 세월 역사가 있는 병원의 경우 그만큼 명의나 진료를 잘 보기 때문에 명성을 이어가는 것이고, 의료 부분에는 아낌없이 투자를 하지만 실상 식사에 대해서는 그만큼 투자하지 않는다.
물론 식사도 환자에게 중요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고 팩트이다. 다양한 영양가를 제공하여 환자가 회복을 빨리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어떤 병원이든 ‘환자를 잘 보고, 명의가 있는 유명한 병원’으로 입소문을 타고 싶어 하지, ‘밥이 맛있는 맛집 병원’으로 입소문을 타고 싶지 않을 것이다.
■대량 조리의 한계
스스로 라면 1~2개 정도는 끓여 봤을 것이다. 보통 라면의 경우 1봉 지당 물이 500~550ml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라면 10개를 끓일 때는 몇 ml의 물이 필요할까? 그냥 단순히 500~500ml에 10배를 곱하면 될까? 혹시 혼자서 10개 이상의 라면을 끓이는 기회가 생긴다면 직접 해보길 바란다. 분명 그 라면은 물이 한강이라 맛없어서 억지로 먹게 될 라면이 될 것이다.
대량 조리는 다수의 식사를 한꺼번에 조리하여 제공된다. 그러다 보니 일반적인 음식점 같이 1명의 고객을 위해 신경 쓰는 조리방법과는 엄연히 다르다. 몇 백에서 몇 천까지의 식사를 일정 시간 안에 제공을 해야 하므로 조리 방법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병원에선 음식을 대충 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 자칫 하다가 입소문이라도 잘못 퍼지면 이미지를 갉아먹는 일이니 말이다. 하지만 대량 조리인 만큼 한번에 음식을 만들 수 있는 특징과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단점도 명확하다.
■병원급식의 특수성
병원에선 최대한 환자들을 생각해 제한된 상황에서 다양한 식사를 제공하려 할 것이다. 주마다 특식을 제공하거나, 피자나 일식 같이 다양한 메뉴를 짜겠지만 병원 급식의 특수성이 있다 보니 결과는 마음먹은 대로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일반 단체급식과는 조금 다르게 식사를 환자의 앞까지 전달한다. 물론 본인들이 직접 와서 먹으면 좋겠지만 몸이 불편한 환자니 일일이 그릇과 종지에 담아야 한다. 어떤 식단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조리보다 그릇에 담는 시간이 더 걸리는 경우가 있다. 이러다 보니 도중 음식이 식는 경우도 발생하고, 면요리의 경우 분명 조리할 때는 그릇에 세팅하는 시간과 환자에게 제공되는 시간까지 고려하여 꼬들하게 만들었지만 막상 환자가 받으면 면이 다 퍼져 있는 경우가 생겨버리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한다.
그렇다고 국수나 수제비 같은 면&밀가루 음식을 제외하기엔 식단이 너무 단조로워져 항의가 들어온다. 이러다 보니 급식 종사자인 영양사와 조리사는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다. 속된 말로 이래도 욕먹고 저래도 욕먹는 상황. 어찌 보면 병원과 환자 사이에 끼여 가장 욕을 많이 먹는 사람들이다.
■마치며
지금 까지 병원밥이 왜 맛이 없는지 알아보았다. 물론 개인마다 추구하는 스타일이 다르고, 어떤 병원이냐에 따라 만족도도 바뀔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건 시간이 갈수록 병원급식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병원마다 다양한 서비스를 진행하고 꾸준히 노력 있다는 것이다. 이 포스팅으로 인해 병원밥이 맛이 없다는 인식을 조금이라도 풀어지는 계기였으면 좋으며, 만약 입원을 하여 병원식단을 접하게 되어 기호에 맞지 않더라도 빠른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한 건강식이라 생각하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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